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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학쾌]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 (포체)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

김재현 x 유회승

 

 

 

 

 

나 졸업은 할 수 있을까...

 

올해로 대학교 4학년을 맞이한 김재현은 벚꽃길을 걸으며 신이 난 새내기들과 달리 막막하기만 했다. 재현은 사진학과였다. , 졸업을 하기 위해선 졸업 작품을 준비해 동기들과 졸업 전시회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재현이 원체 자유로운 영혼이란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재현의 실력만큼은 교수님들이던 선후배들, 동기들이던 인정한 실력이었다.

 

그런 김재현이 왜 이렇게 졸업 작품에 대해 막막해하냐고 물어본다면 답은 간단했다. 주로 인물화를 찍는 재현인데 졸업 작품의 모델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왜냐하면 재현은 모델을 정하고 컨셉을 정하는 등 일단, 모델이 정해져야 일이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재현이 처음부터 막막했느냐 그건 아니었다. 재현은 본인의 졸업 작품을 위해 3명의 후보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였다.

 

첫 번째 후보인 이승협은 작년에 졸업한 재현의 동아리 선배였다. 전공은 경영학과였다. 재현은 자신이 졸업 작품을 작업할 때까진 승협이 아직 취준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승협은 졸업하자마자 동기들과 회사를 차렸고 덕분에 취업 준비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요즘 승협이 동기들과 세운 회사가 소소하게 이슈가 되며 누구보다 바빠졌다. 덕분에 재현은 졸업 작품의 지읒도 꺼내보기 전에 승협을 포기해야만 했다.

 

두 번째 후보인 차훈은 재현의 동갑내기 친구였다. 재현이 훈에게 거절당한 이유는 간단했다. 재현이 졸업 작품을 작업해야 하는 막학년이라면 훈은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막학년이었다. 재현이 졸업 작품의 얘기를 꺼내자마자 훈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나 논문 써야 해.” 한 문장으로 재현을 거절했다. 그래도 재현은 승협과는 달리 훈에게는 얘기를 라도 꺼내봤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지막 세 번째 후보는 바로 재현의 동아리 후배, 실용음악과의 서동성이었다. 재현은 동성에게 졸업 작품의 모델을 제안하기 위해 약속을 잡았고 드디어 모델을 구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던 재현의 기분을 지하 3000m 땅굴 아래로 떨어트린 건 형, 저 군대 가요 라는 동성의 한 마디였다. 재현이 모델 얘기를 꺼내기 전에 동성의 폭탄 발언으로 재현은 하려던 말을 삼키고 동성을 위로해 줄 수 밖에 없었다.

 

 

 

3명의 후보에게 퇴짜를 맞은 김재현은 한껏 속상했다. 수업을 마치고 터덜터덜 걸어나와 캠퍼스의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나 김재현이 누구던가. 툭하면 에타와 뫄뫄대 대숲에 사진학과 하이텐션으로 오르내리는 인물이었다.

 

그래,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설마 이 넓은 캠퍼스에 내 모델이 되어줄 사람 한 명이 없겠어?”

 

재현은 철푸덕 주저앉은 자세에서 아빠 다리로 자세를 바꾸고 손으로 네모를 만들었다. 그 네모를 눈앞으로 갖다 대고 캠퍼스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재현이 종종 하던 행동이었다.

 

재현의 손과 시선이 이리저리 돌고돌다 정문쪽으로 향했을 때 재현은 유레카를 외치던 아르키메데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현의 손 프레임에 어떤 남자가 포착되었다. 검은 머리, 자켓에 청바지 차림의 캠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제로 재현이 좀 전에도 몇 번이나 봤던 흔한 옷차림이었다. 그럼에도 재현은 그 남자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재현은 남자가 건물로 들어가자 손으로 만들고 있던 네모를 풀고 그대로 잔디밭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재현이 볼 수 있었던 남자의 모습은 건물로 뛰어들어가는 옆모습뿐이었지만 재현은 그 남자가 자신의 프레임으로 들어오는 순간 온몸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저 사람이 자신의 모델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현이 남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 이유로는 재현과 남자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재현이 전속력으로 달려 남자가 들어간 건물로 따라 들어간다고 쳐도 수업 시간을 앞둔 학생들로 엘리베이터 앞은 북적북적할 게 눈에 선했고 그 남자가 몇 층으로 갔는지 조차 재현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 날 밤, 재현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낮에 그랬던 것처럼 손으로 네모를 만들어 팔을 쭉 편 채로 네모 속 천장을 바라보았다. 계속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니 낮에 보았던 남자가 떠올랐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계속 떠올려 봤자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김재현 군은 잠시 나랑 얘기 좀 할까요?”

수업이 끝난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남은 사람은 김재현과 그를 남게 만든 윤교수뿐이었다. 윤교수는 김재현의 졸업 작품 담당교수였다.

 

김재현 군, 아직까지 졸업 작품에 별 진전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졸업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죠?”

제가 담당한 학생 중에선 지금 재현학생이 제일 진도가 느려서요.”

죄송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하도록 할게요.”

그래요. 재현 학생 잘 하는 거 아니까 열심히 하도록 해요. 졸업은 해야죠

. 교수님 죄송한데 제가 다음 수업이 있어서요.”

, 그래요? 그럼 얼른 가봐요.”

 

윤교수에게 대답하면서도 재현의 머릿속에는 망했다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재현은 수강신청 날 보기 좋게 늦잠을 잤고 그 댓가로 전공 수업 3시간에 교양 수업 2시간 연강이라는 시간표를 얻게 되었다. 그것도 전공 수업을 듣는 예술학관과 교양 수업듣는 인문사회학관은 캠퍼스의 끝과 끝이었다.

 

재현은 우사인볼트에 빙의해서 강의실을 나오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렸다. 재현이 엘리베이터와 마주친 순간 엘리베이터는 이미 문이 닫히고 있었다.

 

저기요!!! 잠시만요!!!!”

 

재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닿았는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진짜 감사해요 제가 다음 수업이 인문사회학관에 있어서 이거 못탔으면 지각이었거든요.”

아니에요. , 어려운 일도 아니고

 

숨을 고르던 재현은 그제서야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현은 남자를 보고 순간적으로 다시 숨이 막혔다. 그 남자였다. 어제 갑자기 재현의 프레임으로 들어온 그 남자. 자기 전에도 재현의 집 천장에 나타났던 그 남자였다.

 

재현의 머릿 속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내 모델이 되어줄까? 재현의 혼돈의 카오스를 겪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남자가 먼저 내리고 아직 내리지 않는 재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기요!!!”

,어 네?”

“1층 도착했는데 안 내리세요. 인문사회학관 수업이시라면서요.”

,내려야죠.”

, 초면에 이러는 게 실례인 거 알긴 아는데요. 제가 그, 이상한 사람은 절대 아니고요. 그러니까 이 학교 사진학과 4학년인데요.”

제가 지금 수업에 늦어서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릴테니까 혹시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갑자기요?”

역시 무리겠죠....”

아니, , 그럴 거까지... 핸드폰 주세요.”

,네 여기요. 이따 저녁 쯤에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 날 저녁, 재현은 손을 덜덜 떨며 핸드폰을 들고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심스럽게 낮에 받은 번호로 카톡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저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번호받은 사람인데요]

[혹시 지금 시간되세요?]

[아까 그 분이시구나]

[! 지금 시간있어요.]

[저는 사진학과 4학년 25살 김재현이라고 해요]

[형이시네요]

[말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그래도 될까? 그럼 너도 말 편하게 해]

[그럴까 그럼?]

[근데 아까 내 번호는 왜 받아간 거야?]

[내가 4학년이거든]

[그래서 졸업 작품을 찍어야 하는데]

[회승이 너가 내 모델이 되어줄 수 있을까?]

[부담스러우면 거절해도 돼!]

[충분히 이해해!]

[왜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

[형 모델하면 형이 내 사진 찍어주는 건가?]

[재밌겠네]

[할래]

 

 

 


 

 

자 여기서, 뫄뫄대 실용음악과 3학년 군필 24살 유회승이 누구인가. 17살에 어느 이름없는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20살에 데뷔했지만 그런 애들도 있었나? 처음 들어보는데;; 싶을 정도로, 망돌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망한 어느 아이돌 팀의 메인보컬이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군대라도 다녀오자 해서 군대를 갔는데 부대에서 듣게 된 소속사의 부도 소식, 제대를 해도 오갈 데 없는 낙동갈 오리알 신세였다. 다행히 회승을 아끼던 전 소속사의 이사가 소개해준 지인의 회사에 들어가 솔로 가수로 데뷔했지만 뭐, 성적은 크게 좋지 않고 인지도도 없어 현재는 사실상 가수보다 대학생의 삶이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각설하고 김재현과 유회승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면 두 사람은 꽤나 잘맞았다. 재현이 제시한 컨셉을 회승은 쉽게 받아들였고 자신의 의견을 내기도 했으며 촬영이 끝나고 종종 저녁을 함께 먹거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어느 새 시간이 흘러 재현의 졸업 작품 촬영이 끝나고 두 사람은 회승의 자취방에서 끝을 기념하며 둘만의 회식을 했다. 그 날은 재현이 처음으로 회승의 자취방에 가게 된 날이었다.

 

, 내가 요리할테니까 저리 가 있어

오올~ 유회승 맨날 요리 잘 한다고 자랑하더니 드디어 유회승 요리 먹어보는 건가?”

그러니까 저기 가만히 있어

싫은데? 집 구경해도 돼?”

, 형이 가만히 있을 사람도 아니고 안 된다고 해도 구경할 거 아니었어?”

, 그건 아니거든 남의 집인데 허락은 받아야지

알았어, 알았어, 맘껏 구경해

 

 

회승의 방을 구경하던 재현은 방 한쪽에 있던 앨범들을 발견했다.

... 이거 회승이가 좋아하는 가수 앨범인가? 봐도 되나?’

, 회승아 이거 뭐야?”

뭔데?”

너 데뷔했었어?”

... 그거 두고 나와. 나와서 밥 먹어

 

재현이 발견한 앨범은 회승이 데뷔하고 발매했던 팀의 앨범과 회승의 솔로앨범이었다. 재현의 말에 방으로 들어갔던 회승은 대답을 회피하며 재현을 방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재현은 회승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굳이 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순순히 회승을 따라 나왔다.

 

 

 

어느 정도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던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회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 궁금해? 아까 그 앨범들?”

데뷔했었냐고 물어봤었잖아. 맞아 데뷔했었어

“20살에 데뷔해서 어떻게든 열심히 했는데 잘 안되더라

그래서 군대를 갔다? 나중에 잘 됐다가 군대 때문에 공백 생기면 안되니까

그 때까지만 해도 언젠간 잘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부대에 있는데 연락이 온 거야. 회사가 부도가 났대 그것도 제대 직전에

휴가도 다 써서 제대할 때까지 꼼짝없이 부대에 있었어야 했는데

제대하고 보니까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

같이 팀하던 멤버들은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연락도 안되고

이사님이 지인 분 회사에 연결해주셔서 계약하고 솔로 앨범도 냈는데 뭐, 그것도 잘 안됐고

그냥 노래부르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졸업하면 회사에 얘기해서 가수 대신에 연습생 애들 보컬트레이너나 하려고

그게 나한테나 회사한테나 이득인 거 같아.”

 

재현은 회승이 얘기하는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늘 해맑고 밝았던 회승의 그런 속사정이 있는 줄 처음 알았고, 무엇보다도 노래부르게 좋다며 웃는 회승의 얼굴은 너무 빛나보였는데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회승의 표정은 누구보다 어두웠기 때문이다. 재현은 여기서 본인이 무슨 말을 한다면 회승이 어떻게 받아드릴지 예상을 할 수가 없어서 말을 아꼈다. 재현이 나름 위로랍시고 한 말에 회승이 상처받는 게 두려웠다.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늦었는데 자고 갈래?”

그럴까?”

그럼 이거 얼른 치우고 자자

 

 

 

먹은 것들을 치우고 회승이 침대에 재현은 침대 옆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재현은 회승의 얘기를 듣고 잠에 들 수 없었다. 재현은 회승을 처음 알게되었던 날 밤처럼 손으로 네모를 만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래가 좋다던 밝은 표정의 회승이 떠올랐다. 회승의 얼굴이 떠오르자 재현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금방 힘들었다던 어두운 표정의 회승이 떠올랐다. 회승의 어두운 표정을 떠올린 재현의 표정 역시 어두워졌다. 재현은 회승의 밝은 표정은 앞으로 더 많이 보고 싶다고, 회승이 앞으로 어두운 표정을 지을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함께 해장을 하며 재현은 회승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회승은 재현의 행동을 눈치채고 말을 꺼냈다.

 

왜 자꾸 눈치 봐? 어제 했던 얘기 때문에 그래?”

“.... 다 기억해?”

기억 못할 이유는 뭐야

난 괜찮으니까 평소처럼 해

이제 촬영끝났다고 막 연락 안하고 그러면 내가 형 찾아간다?”

아이고 무서워라, 무서워서라도 연락해야겠네

 

그 뒤로 재현과 회승은 친한 형동생처럼 함께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고 잘 지냈었다. 그러다 두 사람이 각자의 일로 바빠 연락을 잘 하지 못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부터 마법같은 정말 신기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SNS띵곡 대박, 작년에 나온 노래인데 왜 이제야 알았는지 후회된다.’라며 글이 올라왔고 입소문을 탄 노래는 발매한지 1년이 넘어서야 음원차트에 오르는 기적이 나타났다. 그 노래는 1년 전 회승이 제대하고 처음 발매한 솔로 데뷔곡이었다.

 

회승은 갑자기 음원차트에 자신의 노래가 있다는 게 신기했고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누가 이번에 역주행을 해서 대박이 났다더라 해도 자신과는 먼 얘기 같았는데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뫄뫄대의 에타에는 요즘 역주행하는 이 노래 부른 사람 우리 학교 실음과 유회승 맞음?’ 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ㅇㅇ 맞음’, ‘, 이 노래 많이 듣는데 가수가 우리 학교 학생임?’ 등등의 반응을 얻으며 해당 게시물은 순식간에 HOT 게시물에 등극하면서 회승은 교내 유명스타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딩X, X케이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을 시작으로 회승은 점점 방송에 나오기 시작했고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20살에 데뷔한 이후로 가장 큰 관심을 받았고 처음으로 데뷔했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재현은 음원차트에 나타난 회승의 노래를 들으며 뿌듯했다. 회승의 자취방에 다녀온 이후로 음원사이트에서 회승이 발매했던 노래를 찾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뒀던 노래들이 음원차트에 있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나만 알던 좋은 노래들을 남들도 다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회승을 생각하니 기쁜 마음이 더 앞섰다.

 

시간이 흘러 재현이 졸업을 앞두고 동기들과 함께 졸업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 시기가 다가왔다. 재현은 바빠진 회승에게 전시회에 오라고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한창 바쁜 회승을 초대해 괜히 피곤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번호가 회승이 번호가 맞나? 유명해지면 번호 자주 바꾸고 그런다던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의 끝에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회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번호로 걸어보고 이 번호 아니면 회승이한테 말 하지말고 맞으면 말해봐야지

 

여보세요? 재현이 형?”

회승이 맞아?”

나 맞지, 그럼 누구야?”

잘못 건 거야? 끊을까?”

아니야, 너한테 건 거 맞아.”

너무 오랜만에 전화하는 거 아니야? 무슨 일 있어?”

우리가 꼭 무슨 일 있어야만 통화하는 사이야? 유회승, 섭섭하다...”

농담이지 농담

딴 건 아니고 나 다음 달에 졸업 작품 전시회하거든 시간되면 오라고

졸업 작품 전시회? 나랑 찍었던 그 거?”

, 맞아

다음 달 언제인데? 무조건 가야지

그날 스케줄 있으면 어쩌려고 무조건 온대

그러게, 그래도 꼭 가고 싶은데.... , 나 가봐야 돼, 문자로 언제하는지 꼭 알려줘!”

그래, 열심히 하고

, 나중에 봐!”

 

 


 

 

대망의 졸업 작품 전시회가 시작되었고 재현은 혹시나 회승이 올까봐 매일 전시회장으로 향했지만 회승을 만날 수 없었다. 이런 재현을 모르는 동기들과 교수들은 김재현, 졸업 작품에 애착이 엄청난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의 전시회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시간 뒤면 모든 전시회가 끝날 시간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동기가 참석했고 동기들은 이제 끝나는데 한 잔 하자며 재현에게 전했지만 재현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동기들의 말을 거절한 채 홀로 전시회장에 남았다. 전시회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마치 않았고 졸업 작품을 둘러보며 재현은 4년의 기억들을 되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회승을 떠올렸다.

 

이 사진을 회승이가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아쉽다. 회승이 바쁘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누가 재현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우와 이거 나야? 대박이다. 사진빨 잘 받았네.”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재현은 화들짝 놀라며 옆을 바라보았고 재현의 옆엔 재현이 전시회 기간 내내 생각하던 회승이 있었다.

 

너 왜 여기 있어?”

형이 초대해놓고 왜 여기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해

못 오는 거 아니었어?”

아니, 내가 첫날부터 올려고 했는데 스케줄이 너무 많은 거야.”

그래도 오늘 스케줄이 그나마 일찍 끝나서 매니져 형 엄청 재촉해서 달려왔지

나 안늦은 거 맞지?”

그래 잘 왔어, 근데 지금 둘러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뭐하러 다 둘러 봐, 형 꺼만 보면 되지

, 진짜 모델된 기분이야. 이런 기분 처음인데

잘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재현 작가님

아유 별 말씀을요. 잘 나가시는 분이 제 모델 해주셔서 더 감사하죠. 유회승 가수님

우리 기념사진 찍자

그래

 

재현과 회승은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만난 사이처럼 대화를 주고 받다 급기야 서로 작가님, 가수님이라는 존칭을 써가면서 90도 인사를 하는 둥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폐장 시간이 다가와 다급히 재현이 찍은 회승의 사진을 배경으로 재현과 회승은 기념사진을 찍고 나왔다.

 

재현은 졸업한 후 재현을 아끼던 교수와 선배의 도움으로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회승은 바쁜 일상이 이어졌다. 가끔씩 주고 받던 연락도 회승의 바쁜 스케줄과 재현이 지내고 있던 독일과 한국의 시차로 점점 줄어들었다.

 

 

 


 

 

 

몇 년 후, 재현은 아는 사람은 알 만한 사진 작가가 되었고 회승은 음원 차트에서도, 예능에서도 활약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었다. 그러던 중 회승의 소속사에서 회승이 스페인에서 여행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컨셉의 화보 촬영을 기획했다. 회승은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촬영을 함께할 사진 작가에 대해 스태프들에게 묻고 다니기 시작했다.

 

근데 이번 화보 누가 촬영하는 거예요?”

저번에 했던 그 최 작가님이신가? 아니면 강 작가님?”

강 작가님도 아니면 정 작가님?”

우리 유회승 가수님은 같이 촬영하셨던 작가님이 많으신가봐요. 질투나게

 

누군가 회승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을 걸었다. 회승은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자신에게 어깨동무를 한 사람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재현이 형!!! 형이 어떻게 여기 있어?”

독일로 유학간 거 아니었어? 여행왔는데 우연히 나 본 건가? 뭐야?”

독일 유학 갔다가 한국 돌아온지는 1년이 넘었고

여행 온 것도 아니고 우연히 너 본 것도 아니고

니가 그렇게 궁금해하는 이번 화보 촬영할 사진 작가가 바로 이 김재현 작가입니다.”

헐 완전 대박이다. 완전 최고!!”

 

재현은 말을 끝내면서 회승에게 어깨동무를 한 반대손으로 브이를 하며 웃었다. 회승은 그런 재현을 보고 해맑게 웃으면서 재현을 향해 엄지척을 올렸다. 두 사람을 본 한 스태프가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회승씨랑 김 작가님이랑 아는 사인가봐요?”

,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거든요.”

, 우리가 그냥 대학교 선후배 사이야? 너무한 거 아니야?”

, 형 또 삐졌어요? 어휴, 이 형은 나이를 먹어도 변하질 않네

두 분이 많이 친해보이시네요.”

보다시피 많이 친해요, 제가 대학교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 제일 친한 사람이 형이거든요

 

회승이 대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대답하자 재현이 삐진 척을 했고 회승의 재현의 삐진 척을 단번에 간파했다. 그런 둘을 지켜보던 스태프가 한 마디를 더 했고 회승이 그 말에 대답하자 재현은 그제야 삐진 척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촬영 중간에 재현과 회승은 연락처를 주고 받아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연락을 하기로 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탄 둘은 학교다니던 시절의 이런 저런 추억을 얘기했다.

 

, 맞아 형 그 날 기억해?”

형 졸작 촬영 끝나고 우리 집에서 한 잔 했잖아

그랬지, 이번에도 촬영 끝났으니까 한 잔 할래?”

... 바로는 안될거 같고 스케줄보고 연락하자. 어때?”

형이랑 오랜만에 만나니까 나 할 말 되게 많아

그래, 나도 할 일 있어서 시간될 때 정해서 연락 줘

 

 

 


 

 

 

[]

[]

[]

[똑똑]

[여기 김재현 작가님 계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무슨일인데 그래]

[아니 우리 한 잔 하기로 했잖아]

[그거 이번 주말에 어때?]

[그래]

[나도 이번 주면 할 일 다 끝나니까 괜찮을 거 같아]

[주소 보내줄게]

[우리 집에 들어오려면 집들이 선물 필수야!]

[알았어ㅋㅋㅋㅋㅋㅋ]

[나 일하러 가봐야 해]

[나도 가야 해]

[스케줄 짱 많아ㅜㅜ]

[열심히 하셔야죠, 유회승 가수님ㅋㅋㅋ]

[]

[김재현 작가님도 수고하세요ㅋㅋㅋ]

 

 

 


 

 

 

두 사람이 약속했던 날 저녁 재현이 회승에 집에 왔고 회승은 재현을 맞이했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회승이 살던 자취방의 몇 배가 되는 집의 크기에 재현은 정말 회승이 잘 살고 있었구나 뿌듯했다.

 

형 왔어?”

이야 유회승 성공했네

그럼 성공했지

형 티비 안보고 살아? 요즘 티비 틀기만 하면 나오잖아 나

어우 유회승 엄청 능글맞아졌는데

뭘 이정도로

그래서 집들이 선물은?”

넌 나보다 집들이 선물이 더 반가운 거지?”

..... 그건 아닐 걸?”

, 진짜 나보다 선물이 더 반가운 건가봐 안 줄래

그건 안 돼, 내 집에 들어 온 이상 다 내꺼야

그럼 뭐 나도 니꺼야?”

, 무슨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 형은

 

서로 능청스럽게 장난치다가 나도 니꺼냐는 재현의 말에 회승은 귀가 빨개진 채로 재현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재현은 그런 회승을 눈치채고 선물을 건냈다.

 

, 여기

와인이야? 우와, 김재현 작가님도 돈 많이 버셨나봐요

어유 그래봤자 유회승 가수님이랑은 비교도 안되죠

참나, 말하는 거 봐, 형같은 사람이 예능해야 하는데

안 돼, 내가 예능하면 너무 잘해서 다른 사람들이 못 나오잖아

말은 잘해요. 일단 밥부터 먹자

그래, 같이 가

 

회승을 선물을 받아들고 애써 말을 돌렸다. 재현과 말장난을 주고 받으며 회승은 선물을 가지고 식탁으로 향했다. 재현은 회승의 뒤에서 여전히 붉은 회승의 귀를 바라보다 회승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 식탁으로 향했다.

 

형이 준 와인 지금 마실래? 기념으로?”

... 그건 안될거 같은데 나 차 가져왔어

아깝다. 그럼 형 다음에 올 때 같이 마시자

그래, 그러자, 다음 번에는 택시타고 올게

그래그래, 좋다

 

,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뭔데?”

학교 다닐 때 왜 나보고 졸작 모델 해달라고 했어?”

니가 내 프레임에 들어왔어

내가? 언제?”

우리 처음 만난 거 그 엘리베이터에서 아니었나?”

처음 만난 건 그 날 맞는데 내가 너를 처음 본 날은 그 전 날

이거 알지? 내가 사진 어떻게 찍을지 생각 안나면 손으로 네모 만드는 거

알지

그 날도 졸업 작품 어떻게 찍어야 할지 생각 안나서 네모 만들어서 캠퍼스 둘러보고 있는데 니가 딱 이 네모 칸에 들어왔어

, 그럼 그 때 엘리베이터도 일부러 그런 거야? 형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아니 그건 정말 우연이었어

물론 니가 졸작 모델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니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래

그럼 형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건가?”

첫눈에 반한건가? 그런가봐 나 너한테 첫눈에 반했나봐

근데 진짜 대박이다. 그러고 다음 날에 딱 만날 수가 있나?”

우리가 운명이었나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대잖아

, 진짜 김재현 말은 참 잘해

 

첫눈에 반했다는 재현의 말에 회승은 귀가 빨개지며 말을 돌렸다. 하지만 곧이어 운명이라는 재현의 말에 회승은 귀로도 모자라 얼굴까지 빨개졌다. 회승은 부끄러운 마음에 재현을 타박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빨개진 귀와 얼굴을 재현에게 들킨 뒤였다. 재현은 그런 회승이 귀여워 큰 소리로 웃었다.

 

 

 

, 벌써 가야 해? 오랜만에 봤는데?”

그러게 아쉽네

아쉬우니까 이거 선물

 

다음 날, 오전에 일이 있었던 재현을 배웅하기 위해 재현과 회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재현의 차에 다가가자 재현은 운전석이 아니라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회승에게 내밀었다.

 

뭐야, 이거?”

선물

아까 선물 줬잖아, 와인

그건 집들이 선물이었고 이건 다른 의미의 선물

다른 의미? 뭔데? 지금 열어봐도 돼?”

 

회승이 상자에 묶은 리본을 풀려고 하자 재현이 당황스러워 하며 회승을 말렸다.

 

아니, 회승아, 지금 말고 이따, 이따 올라가서 열어봐 지금은 안 돼

? 뭔데?”

그건 이따 열어보면 알고 일단 지금은 아니야

대체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까지 말해

알았어, 올라가서 꺼내볼게 진정해

그래 나 가볼게

, 나중에 봐

 

상자에 안에 무엇이 들었길래 재현이 저렇게까지 당황하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지만 꾹 참고 재현을 배웅했다. 재현의 차가 떠나고 회승은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회승은 유독 엘리베이터가 늦게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회승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거실 소파에 앉아 상자의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뭐지? 책이네? 한 권이 아닌 거 같은데?”

 

상자에는 총 세권의 얇은 책이 들어있었다. 3권의 책의 표지에는 각각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라고 한 단어씩만 써 있었다. 회승이 한 권씩 펼쳐보자 책마다 회승의 사진이 있었고 사진의 밑에는 재현이 직접 쓴 듯한 글이 써있었다. 거창한 글은 아니었고 그 사진을 찍을 때 무슨 일이 있었고 재현과 회승이 무엇을 했고 재현이 사진을 보고 느낀 점같은 것들이 짧게 짧게 써있었다.

 

오늘도라고 쓰여진 책에는 회승이 재현의 졸업 작품 모델로 촬영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이었다.

빛나는이라고 쓰여진 책에는 스페인에서 촬영한 화보 중에서 스페인의 자연을 배경으로 회승과 내리쬐는 햇빛이 어우러지는 사진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너에게라고 쓰여진 책에는 스페인에서 촬영한 화보 중에서 스페인의 도심을 배경으로 주로 회승과 스페인 도심의 야경이 담겨있었다.

 

사진 한 장, 한 장과 재현의 글을 한 줄, 한 줄을 보며 회승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회승은 책을 보고 조심스럽게 다시 상자에 넣어서 보관하려고 하며 상자를 가까이 가져왔다. 그러자 아까는 책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던 편지지 한 장이 상자 속에 접혀 있었다.

 

편지지를 펴자 편지지 안에는 두 개의 반지가 있었고 편지지에는 재현이 회승에게 쓴 편지가 쓰여 있었다.

 

안녕, 회승아

재현이 형이야 ㅋㅋㅋ

편지는 처음 써보는 거 같네

책 다 봤어? 책 안 봤으면 책부터 보고 이 편지 보기!

어때? 좀 감동적이지?

책에 있는 사진들 다 내가 정말 아끼는 사진들이라 나만 보고 싶었는데 특별히 너니까 보여주는 거야 ㅋㅋㅋㅋ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참나, 내 사진인데 무슨 영광으로 생각하래

 

내가 너를 정말 많이 좋아해

그치만 너한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니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이야

편지랑 같이 들어있는 반지 있잖아

하나는 니가 끼고 하나는 나한테 주라

나는 아무리 오래라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으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니 대답이 거절하면 그냥 반지만 주고 책은 간직해줬으면 좋겠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빛나는 회승아

정말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

 

편지를 읽기 시작할 때는 웃고 있었던 회승이었지만 재현의 고백을 읽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회승의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읽었다. 편지에 담긴 한 글자, 한 글자에서 재현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회승은 몇 번씩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이 눈물을 닦고 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잘 도착했어?”

, 지금 올라가는 중

형 내일 일 언제 끝나? 내일 나 좀 봐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울었어? 목소리가 왜 그래?”

아니야, 안 울어

그래? 내일 저녁쯤에 끝날 걸? 내가 너네 집 근처에서 전화할까?”

, 와서 전화해줘

 

재현은 전화를 받자마자 회승의 목소리가 이상하단 걸 알아챘지만 회승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회승의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설마 벌써 회승이 고백에 대한 답을 정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회승에게 선물을 전해주는 순간부터 회승의 답이 승낙이던 거절이던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던 재현이었다.

 

 

 

 

 

다음 날 저녁, 재현은 회승의 집 근처 공원에서 회승의 집 방향으로 걸어가며 회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회승이 집으로 오지 말고 공원에서 딱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공원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회승이 생각보다 늦어 전화를 걸려고 하는 타이밍에 회승이 공원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회승은 달려와 재현이 앉아있는 벤치 앞에 섰다.

 

재현은 숨을 고르는 회승의 등을 토닥이며 회승의 손을 보았지만 회승의 손에 반지가 없는 것을 보고 거절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순간 아쉬움의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회승은 숨을 고르는 와중에 자신의 손을 보는 재현의 시선과 아쉬움이 스친 재현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 김재현 이 멍청아!!!!!”

,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누가 커플링을 자기가 직접 껴!!!”

이런 건 서로 끼워주는 거거든 그것도 모르냐?!?!”

? 커플링?”

나 좋아한다며, 나도 형 좋아해

자 여기 반지. 껴줘

형이 껴주면 나도 껴줄게

 

재현은 뜬금없이 소리를 지르는 회승에 놀라는 것도 잠깐 커플링이라는 소리에 두 눈이 커졌다. 회승에게 반지를 건네받아 조심스럽게 끼워주자 회승도 재현에게 반지를 끼워줬다. 반지를 낀 두 손을 바라보던 재현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회승을 끌어 안았다.